[대한일보=정진석 기자] "동아일보의 귀중한 지면을 빨갛게 물들이지 말라"
광복회는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의 칼럼에 대해 이같이 공개 비난했다.

광복회는 동아일보의 지난 1일자 송평인 논설위원의 칼럼을 읽고 크게 실망했다며 원색적으로 일갈했다. 

광복회는 7일 민족지를 자랑하는 동아일보 지면을 이런 졸문으로 채워도 되는지 묻고 싶다며 반론할 가치마저 없어 견해만 밝힌다고 전재했다.

다음은 광복회 명으로 송평인 논설위원의 칼럼에 대해 비난한 논평 전문이다.

송 위원은 지난번 항일 무장투쟁의 영웅 홍범도 장군을 공산분자로 몰아 공격한 바 있다. 
이번에는 한술 더 떠 민족교육과 한글보급에 심혈을 기울였던 계봉우 선생까지 ‘빨갱이’로 몰아 김일성 추종자로 덧칠했다. 

이렇게 나가다가는 그의 잔인한 필봉으로 중앙아시아 구소련 땅에서 어렵게 살아 온 50만 고려인 전체를 빨갱이로 몰아갈 기세다. 
아예 대한민국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쫓아낼까 두렵다. 

그의 잔인한 모습은 미군정 말기 완장 찬 극우 청년단원들의 모습이 연상된다. 폭력으로 양민을 빨갱이로 몰아 집단 학살한 4·3 비극을 재연하는 것 같아 소름이 돋는다.

우선 독립운동가를 사상 검증대에 올려 비판하면 그 동안 역대정부에서 포상한 독립운동가 업적은 무위로 돌아간다. 
역사서를 다시 써야한다. 

초· 중· 고교 교과서도 모두 바뀌어야 한다. 독립운동사 연구 학자들에 따르면 적어도 서훈 독립운동가 3분의 2의 활동이 사회당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박정희 대통령도 그리고 이후 대통령들도 북한 정권 수립에 직접적인 가담자가 아니면 그들을 명예롭게 예우하며 서훈했다.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 무대, 그 시대적 배경이 사회주의 태동과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넉넉한 정책’이야말로 북한을 고립시키고 제압하는 길이기도 하다.  

계봉우 선생을 빨갱이로 단정하면 1921년 고려공산당을 창당하고 임시정부 국무령을 지낸 이동휘 선생은 어떻게 할 것인가. 

또 고려공산당, 한인사회당, 조선공산당에 참여한 수많은 서훈자들을 어떻게 하자는 건가. 

이승만 대통령의 사례를 하나 보자. 
당시 이 대통령도 임시정부 수반으로서 외무차관 이희경과 안공근을 모스크바 코민테른 정부로 파견했다. 

이 대통령 역시 공산당과 손을 잡은 것인가? 
독립을 위해 볼쉐비키 공산당의 힘을 빌리려 한 것 아닌가 말이다. 

홍범도 장군, 계봉우 선생을 빨갱이로 모는 논리라면 이승만 대통령도 곧 ‘빨갱이행렬’에 세워야 하지 않을까.  

홍범도 장군이 북한 공산주의자가 아니듯 계봉우 선생도 김일성 공산주의자가 아니다. 
이분들이 간도지역을 다닐 때 김일성은 겨우 8살쯤이다. 

계 선생은 그 시대 간도지역에서 항일전선 최전방에서 국권회복운동을 벌였을 뿐이다. 
평생을 간도지역에서 국학연구와 편찬사업에 종사하며 민족교육과 민족정신을 이어갔다. 

자유시참변에서는 오히려 볼쉐비키 혁명방해죄로 옥고를 치렀다. 
얼마 전 송 위원은 홍범도장군이 볼쉐비키 혁명군 가해자측에 섰다며 ‘빨갱이’로 몰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번에 계봉우 선생은 자유시참변 피해자측에 있었다. 
송 위원이 그토록 치를 떠는 볼쉐비키군의 재판으로 계 선생은 오히려 옥고를 치렀다. 

송 위원의 글이 졸문인 연유다.
송 위원은 공산주의자와 연계시키며 계봉우 선생을 ‘빨치산’으로도 치부했다. 

하지만 계 선생은 ‘공산당 빨치산’도 ‘독립유격대의 빨치산’도 아니다. 송 위원은 의병과 공산빨치산도 구분 못하는 무지를 드러냈다.

광복회원 가운데 계봉우 선생의 아들 계학림(2021년 작고)을 만난 분들이 있다. 

그는 생전에 이렇게 술회했다. 
“아버지께서 한글학자로 김두봉 선생과 편지 왕래가 있었습니다. 
그 후 김일성이 김두봉 선생을 잔인하게 숙청하자 대노하여 김일성에게 직접 편지를 써서 혹독하게 비판하였습니다. 

그 후 북한에 대하여 치를 떠는 적대적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소련치하에 있어서 공개적으로 북한을 비판하지 못하고 탄식만 하셨습니다.”

이제 송평인 논설위원에게 직접 한마디 하겠다. 
“송 위원 ! 정신 차리세요”

윈스턴 처칠이 이런 말을 했다. 
적의 적은 우군으로 대화할 수 있다고 말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만약 히틀러가 지옥을 향하여 공격해 들어간다면 나는 지옥에 있는 악마들과도 대화하겠다”고…. 적(김일성 일당)을 고립시키자면 한 때 ‘생계형 공산당원’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우군으로 예우해야 한다. 

자유 대한민국 편으로 끌어와야 한다. 
이게 손자병법이다. 
국방부장관 같이 공산당 근처만 가 있어도 빨갱이로 적대하면 그건 전략전술을 모르는 일이다.

송 위원처럼 색안경을 쓰고 세상을 모두 빨갛게 본다면 대한민국의 장래는 암담하다. 
이는 마치 철없는 국방부장관이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사에서 쫓아내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많은 고려인들은 졸지에 만주 연해주 객지에 살아서 천형을 당하고 있는 불쌍한 우리 민족의 한 자락이다. 
한때 먹고살기 위해 집단 농장이나 공장에서 공산당에 가입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에 있던 분들이다. 

이들 모두를 빨갱이로 몰아 단죄한다면 결과는 모두에 비극이다. 
모두가 대한민국을 적대시하도록 몰아낸다면 박수칠 사람이 있다. 

김정은이다. 
송 위원! 귀하의 졸문을 읽고 김정은이 박수치는 결과를 바라고 있는가?

코넬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던 미 경제학자 토마스 소웰이 한 저서에서 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지식인이라면 개념들을 체계적으로 적용하고 자신의 생각에 대한 검증에도 철저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적 이슈로 나가면 지식인들의 사고는 형편없다”고 비판했다. 목숨을 내놓고 평생을 나라 독립을 위해 헌신한 홍범도 장군이나 계봉우 선생을 공산주의자라 매도하는 부류들에 딱 맞는 지적인 듯싶다.

광복회가 의아해하는 부분이 있다. 
송 위원이 항일무장 투쟁의 용장 홍범도 장군을 빨갱이로 몰아 흉상을 제거하겠다는 국방부장관 편에 서서 충실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금 육군은 이념의 혼돈 속에 무엇이 옳고 그름인지도 모르고 있다. 
전 참모총장이 독립투쟁사는 육사교육과 무관하다는 식의 망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민족지 동아일보의 송 위원마저 ‘완장의 행렬’에 가해자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길 바란다. 
이번 글을 보니 이제는 군에만 돌고 있는 돌림병이 아니라 동아일보에도 침범한 유행병이 되어 있어 실로 안타까울 뿐이다.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무서운 돌림병이다.  
철 지난 이념 전쟁 덕분으로 국방부장관까지 올라 선 사람이 있다. 

이 ‘극우파 장군’은 계속해서 “김일성 뿌리인 공산당원 홍범도 장군 흉상을 그대로 놔둬서 육사생도가 경례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민족지라 한 때 일컬음을 받은 동아일보의 송평인 논설위원은 한 술 더 뜬다. 
딸의 친구이야기까지 들먹이며 국방부장관의 이념전쟁의 대사를 대변해 주고 있다. 

마치 국방부장관의 부관이듯 말이다. 
동아일보의 귀중한 지면이 빨갛게 물들어 그 가치가 바닥을 칠 까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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