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띠 동물 중 지명으로 가장 많이 쓰인 동물은 용(龍)

[대한일보=강경희 기자] "우리 용은 불(火)이 아닌 물(水)이다"
"청룡의 기운을 받아 모든 일이 술술 풀리다"

2024년은 청색에 해당하는 천간(天干) ‘갑(甲)’과 용에 해당하는 지지(地支) ‘진(辰)’이 만난 청룡(靑龍)의 해이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은 갑진년(甲辰年) 용띠 해를 맞아 20일부터 2024년 3월 3일까지 기획전시실 2에서 '龍, 날아오르다' 특별전을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은 용에 얽힌 여러 문화적 상징과 의미를 소개하는 자리로 우리 용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다.

“비바람 따라 구름 가고, 구름 따라 용도 간다” 비와 물의 상징인 용

오늘날 서구문화, 게임 등의 영향으로 ‘용’ 하면 불(火)과 악(惡)을 머릿속에 떠올리지만, 우리 용의 모습이 아니다. 

“비바람 따라 구름 가고, 구름 따라 용도 간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우리 민속에서 용은 비와 물을 상징하며 수신(水神), 우신(雨神) 등으로 나타난다. 

조상들은 농사에 필요한 물을 얻기 위해 용에게 비를 빌었고,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기 위해 용에게 풍어(豐漁)와 안녕(安寧)을 빌었다. 

이번 특별전에 소개한 ‘농기(農期)’, ‘용왕과 용궁부인을 그린 무신도(巫神圖)’, ‘기우제 제문(祈雨祭祭文)’ 등을 통해 용에게 비와 물을 빌던 우리의 옛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열두 띠 동물 중에 지명으로 가장 많이 쓰인 동물은 용이다.

2021년 국토지리정보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국 고시 지명 약 10만 개 중 열두 띠 동물 관련 지명은 4,109개(4.1%), 이 중에 용 관련 지명은 1,261개로 가장 많다. 

용은 물 산다고 전해져 검룡소(儉龍沼), 용유담(龍遊潭) 등 예로부터 우리나라에는 용 관련 지명이 많다. 

또한 용두산(龍頭山), 용두암(龍頭岩) 등 지형적 형태에서 유래한 용 관련 지명도 많다. 

전시장에서는 ‘열두 띠 동물 관련 지명 통계’, ‘전국 용 관련 지명 분포’, ‘용 관련 지명 종류별 분포’를 확인할 수 있으며 영상을 통해 해당 지명의 현장을 만나볼 수 있다.

“안 본 용은 그려도 본 뱀은 못 그린다”: 상상의 동물인 용

“안 본 용은 그려도 본 뱀은 못 그린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용은 상상의 동물이지만 실존의 동물처럼 그려지는 일이 많다. 

용의 모습에는 아홉 동물의 특징이 담겼는데, “머리는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목덜미는 뱀, 배는 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주먹은 호랑이”와 비슷하다고 구전된다. 

이러한 용의 특징은 전시장에 있는 ‘운룡도(雲龍圖)’, ‘문자도(文字圖)’, ‘대모함(玳瑁函)’ 등의 그림과 공예품에 잘 나타나 있다. 

이는 상상의 동물인 용을 형상화 시켜주며 마치 실존하는 동물처럼 느끼게 해준다.

‘청룡열차’와 ‘MBC 청룡’의 추억

‘청룡열차’는 우리나라 롤러코스터의 대명사이다.
1973년 5월 5일 능동에 있는 서울 어린이대공원의 개장과 함께 운행을 시작한 청룡열차는 우리나라 최초의 롤러코스터이다.

1세대 청룡열차는 1973년에서 1983년까지, 2세대 청룡열차는 1984년에서 2012년까지 운행했다. 

이번 특별전에는 1세대 ‘청룡열차 체험 코너’를 마련해 놓았다.
1인칭 시점의 영상을 보면서 청룡열차를 타볼 수 있으며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다. 

또한, 전시장에서는 ‘MBC 청룡 야구공’, ‘한국 프로야구 원형 딱지’ 등을 통해 프로야구단 ‘LG트윈스’의 전신인 ‘MBC 청룡’의 흔적도 만나볼 수 있다. 

‘청룡열차’, ‘MBC 청룡’ 등 청룡을 매개로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전시장에 소환해 놓았다.

전시장에서 만나는 ‘용오름’과 ‘용알뜨기’ 이벤트

상상의 동물인 용은 용오름, 번갯불, 악어, 뱀, 돼지, 공룡 등에서 기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중 용오름은 신비한 자연현상으로 실제로 보기 매우 어렵다. 
전시장 입구에서는 용이 날아오르는 듯한 웅장한 모습의 ‘용오름’을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특별전과 연계해 12월 20일 전시 개막을 시작으로 ‘용알뜨기’ 이벤트도 진행한다. 

‘용알뜨기’는 정월대보름이나 새해 첫 용날[上辰日] 새벽에 우물이나 샘에 가서 가장 먼저 물을 떠 오면 운수가 좋고 그 물로 밥을 해 먹으면 무병장수한다고 믿는 우리의 세시풍속이다. 

이 내용과 의미를 알리는 취지에서 2주에 한 번씩 수요일이 되면 전시장에 있는 우물 속에 이벤트 선물 넣어놓아 맨 처음 발견하는 관람객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용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용의 기운을 받아 갑진년 새해에는 모든 일이 잘 풀리기를 기원해 본다.

'龍하다, 용해' 학술강연회 개최

한편,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용띠 해를 맞이하여 전시개막일인 20일 오후 1시부터 '龍하다, 용해' 학술강연회를 국립민속박물관 대강당에서 개최했다. 

특히, 이번 강연회에서는 제왕의 권위를 상징해 온 용이 아니라, 민간 신앙으로부터 풍요와 행운을 상징해 온 다채로운 용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강연회에서는 ‘민속문화’, ‘민화’, ‘신화’ 속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용을 통하여 민속에서 의미하는 용을 접할 수 있으며, 용띠 특별전 전시기획자의 전시 소개와 더불어 특별전 전시해설이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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