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수뢰혐의로 전격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이견을 낳고 있다.

한 전 총리에게 5만 달러를 줬다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을 배척한 것이다.

재판부는 곽씨가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 횡령한 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검찰에서 협조적 진술을 했다고 보고 "신빙성이 의심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심야 수사가 곽씨의 진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의 강압적 조사 방식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한 전 총리에 대한 무죄 선고는 재판부가 합리적 의심을 갖지 못할 정도로 검찰 수사가 부실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확실한 정황 증거나 방증 자료 없이 한 전 총리 혐의를 공개하고, 서둘러 기소하는 무리수를 뒀다.

뇌물을 줬다는 곽씨의 진술이 법정에서 오락가락함으로써 진술의 임의성과 신빙성이 흔들린 것은 결정타였다.

현금달러가 오가는 뇌물 사건의 특성상 공여자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수사 현실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전직 총리를 상대하려면 그물을 좀 더 촘촘하게 짜고 공소 유지도 치밀하게 준비했어야 했다.

6.2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탄탄하고 정교하지 못한 수사로 야당의 유력 정치인을 기소하니 정치 검찰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검찰은 이번 수사 전반을 재점검해 뇌물 사건 수사 능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또 곽씨 조사 과정에서 잠 안 재우기 같은 가혹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더불어 검찰은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수사가 정당하다면 사건 제보 접수 및 수사 과정, 언론 공개 이유와 과정 등을 투명하게 해명해야 한다.

불법 혐의 수사는 검찰의 당연한 의무이며, 범죄를 외면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그러나 뇌물수수 사건 선거 공판 전 날 다른 수사 내용을 전격 공개하고, 유독 한 전 총리의 주변을 집중 수사하는 의도와 배경에 의문의 여지가 많다.

일부에서는 정치 검찰의 부활을 우려하는 시각도 엄존한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 검찰로의 회귀는 국민이나 검찰 모두에게 결코 이롭지 않다는 것을 검찰은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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