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 “신라 성곽 축조방식 복원 실마리”…협축식 구조 밝혀져 학계 주목

[대한일보=김경배 기자] 국가유산청은 13일 대구광역시 북구청과 공동으로 발굴조사를 진행 중인 사적 ‘대구 팔거산성’에서 신라 석축성벽의 초기형식으로 추정되는 ‘협축식 성벽 구조’를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팔거산성은 대구 북구 함지산(287m) 정상부에 위치한 테뫼식 산성으로, 신라가 5세기 이후 서라벌 서쪽 최전방 방어선을 구축하기 위해 축조한 석축산성이다.

2023년 사적으로 지정된 이곳은 신라의 국방체계를 보여주는 핵심 유적으로 평가된다.

이번 3차 조사는 서문지와 곡성1 북서측 2,151㎡ 구간을 중심으로 실시됐으며, 체성(성벽 몸체)·곡성·박석 등 주요 석축시설이 새롭게 확인됐다.

대구 팔거산성 초축 체성 내벽 전경(북→남)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대구 팔거산성 초축 체성 내벽 전경(북→남)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조사 결과, 외벽 하부는 편축식, 상부는 협축식으로 구성돼 있으며 내벽은 외벽 상단보다 약 1m 높은 위치에서 서로 등지게 쌓인 구조로, 신라 석축성벽의 초기형식임이 드러났다.

외벽은 길이 약 46m, 최대 높이 6.3m, 경사 약 40°의 ‘허튼층 뉘어쌓기’ 방식으로 축조됐고, 내벽은 길이 55m, 높이 2.4m, 경사 약 50°로 같은 공법이 사용됐다.

평면 구조는 외벽이 ‘一’자형, 전체 성벽은 ‘凸’자형으로, 중앙부 두께가 14m에 달하며 양쪽으로 갈수록 좁아져 곡성과 연결된다.

또한 초축 성벽 일대에서는 2.3~2.7m 간격의 세로 구획선이 확인돼 성곽 축조 당시 집단별로 구간을 분담하고, 경계 부위는 협력해 시공한 방식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체성에 쓰인 자색이암과 응회암은 함지산 일대에서 채석한 재료로, 일부 구간에서는 자색이암만을 사용한 구역이 확인돼 집단별 책임시공 체계가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국가유산청은 이날 오후 2시 현장에서 설명회를 열고, 조사 성과를 일반에 공개한다.

누구나 별도 신청 없이 참여 가능하며, 문의는 화랑문화유산연구원(054-746-1370)으로 하면 된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대구시 북구청과 협력해 조사 성과를 체계화하고, 유적의 보존·활용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신라 성곽 축조기법의 복원 연구에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대한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